(1) 존경은 생기지만 그 존경은 공허하다. 장면이 없으니까.

 

(2) 승부는 신파가 아니라 서사로. 인물을 감동적으로 만들지 마라. 감동적인 선택을 드러내라.

 

(3) 감정이 아니라 선택을 중심으로 삶을 구조화한다. 독자는 감정보다 선택에 감동받는다. 선택에는 이유가 있고, 그 이유를 따라가면 그 사람 내면이 드러난다.

 

(4) 신파는 감정을 소비한다. 팩트는 감정을 축적한다. 인물 글쓰기에서 신파는 금지다. ‘불쌍한 이야기’는 아무리 길게 써도 독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. 대신 ‘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’ 보여준다. 한 줄로도 독자는 마음을 움직인다.

 

(5) 모든 서사는 ‘충돌하는 팩트’에서 시작한다. 소위 갈등 구도다. 싸움 구경이 재미있으니까 권투며 UFC며 야구에 농구 같은 종목이 흥행이 된다. 팩트끼리 싸움을 붙이면 그 글은 성공이다.

 

(6) ‘역신뢰(逆信賴)의 역설’ 근대사 연구에서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가 ‘역신뢰(逆信賴: Reverse Credibility)의 역설’이다. 어떤 뉴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‘부정적인 이미지(Negative ethos)’가 오히려 그 뉴스 주인공에게 신뢰를 주게 되는 역설이다.

 

(7) ‘남을 아프게 하지도 가렵게 하지도 못하고 구절마다 범범하고 데면데면하여 우유부단하기만 하다면 그런 글을 대체 어디다 쓰겠는가(嘗言不痛不癢 句節汗漫 優游不斷 將焉用哉).

 

(8) 왜 어떤 인물은 인물 스토리로 쓰고 어떤 인물은 인터뷰 포맷으로 쓰는가. 이 질문에 필자가 먼저 대답해야 한다. 우물쭈물거리고 자문자답을 못 한다면 인터뷰 글은 실패다. 왜 인터뷰 글쓰기인가.

 

(9) "무엇을 했는가?”라고 물으면 팩트를 얻을 수 있다. 그다음에 던져야 할 질문이 ‘왜’다. 좋은 인터뷰어는 인터뷰이가 한 일을 미리 알고 있다. 그래서 그에게 ‘이런 일 했지?’라고 묻지 ‘무슨 일을 했니?’라고 묻지 않는다. 우리 모두는 궁금하다. 도대체 왜? 왜? 독자는 사실보다 선택과 그 이유에 감동한다. 좋은 질문은 ‘왜’라는 방향을 향해 가야 한다. “그때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?”보다 “왜 그 선택을 하셨습니까?”가 멋진 질문이다.

 

(10) 사람만 보지 말고 공간을 기록하라. 인터뷰랍시고 사람 입만 쳐다보고 돌아온다? 땡이다.

 

(11) 예시 질문:

“명퇴 당한 날 어디 가셨습니까.”

“가족에게는 언제 얘기하셨나요?”

“재기하라고 누가 도와준 사람이 있었나요?”

“계속 간직하고 있는 물건이 있는지요.”

“욕을 할 수 있다면 누구한테 하고 싶습니까.”

 

(12) 살아온 이력 가운데 선택 하나, 태도 하나, 장면 하나에 집중해 나를 보여주는 글이다. 어찌 보면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장르 가운데 가장 상업적인 글이다. 자기를 팔-수-있-는 장면에 집중한다.

 

(13)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가. 그 문제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. 그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. 지금, 그 선택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. 이 네 가지 과정을 촘촘한 인과관계에 맞춰서 서술한다. 자기가 읽어서 ‘스토리’가 되도록 쓴다. 특히 ‘그 경험을 통해 본인이 느낀 반성 혹은 생각’은 대단히 중요하다. 조직은 이 자기 평가를 원한다. 

 

(14) 그래서 ‘최선을 다하겠습니다’가 아니라 ‘이러저러하게 준비된 사람이니, 이 방식 그대로 하겠습니다’라는 다짐을 보여준다.

 

(15) 구텐베르크를 무시했던 사람들은 사라졌다. 인터넷을 무시했던 사람들도 사라졌다. AI를 무시하는 사람들 운명도 같다.

 

(16) 정보는 곧 무기다.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무기가 아니라 짐에 불과하다. AI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을 도울 수 있다. 작가가 수집한 방대한 메모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, 구조화하여 글쓰기의 초석으로 변환하는 것. 실전 글쓰기에 있어서 초벌 메모는 중요하다. 그러나 초벌 메모는 대부분 두서없고, 정보가 중첩되거나 흐름이 단절되어 있다.

 

 

 

 

박종인, 기자의 글쓰기: 실전편 - 싸움의 기술

 

*

모든 글쓰기를 관통하는 요는, 인물의 '선택'과 선택의 '이유'를 통해 인물을 드러내야 좋다는 점이다.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고 살아가기로 한 방향이기 때문에, 선택과 이유라는 팩트와 장면이 쌓여 서사가 된다. 선택의 결과와 반성까지 들어가면 금상첨화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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